'초보자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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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의 넋두리’ 진현하 05.11.1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덥다고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놓고 지냈는데 어느새
겨울이 오려는지 아침에 차에 얼어 앉은 서리를 제거하려고
물을 한 바가지 끼얹었다. 여전히 급한 성격이란... 그럴 때 시동 켜놓고
관이라도 할 것이지...
대부분 선원과 인연을 맺은 분들이 그렇듯이 우리부부도 절과는 어릴적부터
깊은 인연이 있었다. 애기 아빠가 2004년 6월부터
직장일로 시카고에 머무르게 되어, 미국에서 자란 애들에게 부처님의 향기를
느끼게 하고픈 생각과, 한국산사에 대한 그리움으로
찾은 곳이 시카고 한마음선원이었다.
처음 법회에 참석한 날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천수경 독송, 천수경
공부, 주인공이란 단어, 신행담 시간에 오가는 얘기들,
이 모두가 생소한 것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소리와 단어의
낯설음이었다. 알 수 없는 끌림은 분명 내 속에서 끊임없이
갈구하고, 묻고, 찾았던 길을 알려 주려는 울림과도 같았다. 참 좋은 인연에
감사한다.
살면서 걱정, 고민거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나 또한 행복한 일만
바라지, 근심거리는 언제나 멀리멀리 떨쳐버리려고만 했다.
내게 다가오는 모든 일상의 경계들이 공부거리이니 지켜보고 믿고
맡기라는 스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생활하려고
노력하지만 지금도 역시 큰 숙제다. 많은 생을 거쳐오면서 여기저기 찌든
때처럼 얼룩진 습들이 나를 주저 앉히려고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뽑아도 뽑아도 여기저기 자라 오르는 미국의 민들레마냥...
요즈음 다섯 살 난 딸아이가 곧잘 어른 키보다 서너 배나 깊은 물에서 혼자서
개헤엄(doggy pedal)도 하고, 배영 비슷한폼으로 발을 저으며 제법 먼 거리를 왕복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 깊은 물에 겁을 먹고 울던 모습이 생각난다.
행여나 수영선생님이 자기를 잡아주지 않을까 해서 못미더워 울고
그 작은 콧구멍에 물이라도 들어가면 그 이상한 느낌이 싫어 악을 쓰던
모습이 몇 달이 지나, 지금은 "Mommy, I'm relaxing in the water" 하면서
즐거워한다. 그런 모습으로 변하기까지는 수영선생님에 대한 믿음,
그리고 열심히 발을 저으면 물에 떠있게 된다는 경험의 결과일 것이리라.
수영 하나 배우는데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모든 것이 공하다,' '세상에 내 것이라고 할 것이 어디 있으며, 나라고 할 것이
어디 있는가' 라고 수 없이도 알려주시고 일러주시건만,
그것을 머리에만 담았지 깊은 믿음의 그릇에 담지 못하고 있는 내가 부끄럽다.
가끔은 닥치지도 않은 걱정에, 지나간 실수에 대한 자책으로 감정을 낭비할
때가 더 많은 하루들이지만
그래도 대행 큰스님의법문과 혜지스님의 지도와 격려는
언제나 나를 깨어나게 이끌어 주신다.
주인공 공부의 길은 아직도 긴 마라톤이지만 그 영원한 자유의 길을 향한
출발점에 서있는 내 모습은 큰 희망이 되어 나를 보듬어 안아준다.
항상 모든 것을 주인공 자리에 감사히 회향하는 나의 모습을 꿈꾸며...
Cheers!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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