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공부 방편, ‘관(觀)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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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공부 방편, ‘관(觀) 노트’ 정재훈 법우님
매일 매일 반복되는 바쁜 일상의 생활 속에서 마음을 잡아가며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상의사소한 근심거리는 단 한 순간도 생각의 고리를 놓지 못하게 하고 본래 마음자리를 찾기 위한 마음공부의 여유조차 가지기 어렵게 합니다. 언젠가는 내 이 모든 작은 생각들과 사소한 일상의 근심거리를 모두 내려놓고 공부에만 전념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자식을 키워놓고 은퇴하면 소박한 곳에서 여유롭게 매일 참선과 경전을 읽으며 죽을 때까지 정진하리라. 이런희망찬 생각과 계획을 위로 삼아 오늘도 당장 눈 앞의 근심거리를 해결하는데 정신을 팔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마치시험날이 올 때까지 공부를 미루는 수험생처럼…
언제였던가! 세상의 진리가 있음을 알게 되고 진리와 하나되는 방법을 처음 만났던 그때의 감동과이대로 살다 죽을 수는 없을 것 같아 한시라도 빨리 토굴이라도 파고들어가 공부해야겠다던 그 초발심. 그러나마음은 언제나 현실과 멀리 있듯이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것은 부처님의 세계에 이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매순간 나의 생각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음에 허탈해 하며 보낸 수많은 세월. 관하면 된다, 주인공 자리에 모든 걸 맡기라는 아주 명쾌하고 단순한 가르침을 일상 생활의 복잡함과 나태함으로 실천하지 못하는자신을 발견할 때면 이건 아니라는 생각 뿐…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나중에 은퇴하면 잘 할 수 있을 것같고 또 잘하겠다는 희망과 위로를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이번 생이 아니면 다음 생에라도 공부를 잘 하려면 뭔가 기초라도 닦아놓아야 한다는 초초함과 절박함에 올해 초“실천”을 위한 도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 바 기도 제목을 정하고발원문을 노트에 매일 습작하는 버릇을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우등생들이 한다는 ‘관(觀)노트’를 저도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아~~, 나의 나태함의 뿌리는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작정한 발원문 습작이 주말은 논다고 아예 없으며, 매일이 아니라2~3일에 한번 또는 어떤 경우에는 1주일 치를 한꺼번에습관적으로 메꾸는… 그야말로 학창시절 방학 숙제 몰아치기 하던 버릇이 아직도 그대로 제게 남아있음을깨달았을 때 또 다시 느끼는 절망감과 자신에 대한 실망. 이런 식으로 할 바에는 더 이상 의미 없다고중단할까도 여러 번 생각했지만, 그럴 때마다 달리 생각해보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대체 제 자신이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공부할 수 없다는 것과, 따로 언제 집중적으로 공부할 시기가 오지도 않을 거라는것을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11월을 앞둔 지금, 그래도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관노트를 보면 희망 사항만 늘어놓은건지 관노트인지 많이 혼란스럽지만, 나름대로 위로가 되는 건 아마도 그 동안 너무나도 마음공부를 소홀히해왔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더욱 더 신기한 것은 그토록 부실하게 메꾸어 온 그 관노트에기록된 것들 중에 많은 것들이 이미 제게 가까이 와 있다는 것입니다.관노트 습작을 시작한지 10개월이 지난 지금의 생각은 관노트 습작이 단순한 소원성취를 위한 습작이 아닌 제 마음을 닦는 진정한 작업이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과, 자신의 나태함을 바꾸는 노력 또한 마음 공부의 일부라는 것을 절실히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저의 관노트의 마지막 줄에는“지심귀명례한마음주인공, 마음공부 정진 기원”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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