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합창제, 마춤과외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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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합창제, 마춤과외공부 - 권다나 2011. 10.21
한국에서 일체합창제가 열릴 예정이라는 혜지스님의 말씀을 듣고, 저도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얼마 후 스님께서 건네주신 악보를 손에 받아들고 깜짝 놀랐습니다. 선법가의 법문이 요즘 제 마음에 늘 새기고 있던 과제이고, 지금 저에게 합당한 공부의 내용이었습니다. 마치 제게 개인적으로 주시는 말씀 같았습니다.
“감사하셔라, 맞춤 과외공부를 시켜주시는구나” 하면서 노래를 익혔습니다. 집안일을 할 때나, 오후에 산책할 때도 선법가를 가만히 부르며 가다보면 딛고 있는 땅, 길 가의 풀들, 돌멩이, 하늘, 구름, 그늘이 만들어 주는 큰 나무들, 튼튼히 서 있는 집들, 마주치며 지나가는 사람들, 이렇게 건강하게 걷게 하는 이 몸과 그 안의 장기들과 수많은 세포들 모두가 공심, 공용, 공체, 공식으로 하나로 돌아간다는 것을 마음깊이 느끼며 가슴이 저절로 벅차올랐습니다.
이제까지 공부한다고 하면서도 예쁘고 밉고, 좋고 싫고가 너무 뚜렷하였고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내고 화내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일체합창제 곡을 연습하며 이런 제 성질들이 봄 눈 녹듯이 녹으면서 정말 편안해 졌습니다. 한마음 주인공을 믿고 모든 것을 맡기고 그대로 한마음이 되어 같이 돌아가니 미운 것도 없어지고 뜻대로 안되어도 좋았습니다. 마음도 환하고, 몸도 건강하고, 가정도 화목하고, 생활에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이 정말 하루하루 푸르게 싱그럽게 삽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 안양본원에서 해외지원 참여자들이 합창연습을 하는데 제가 조금 늦게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연습이 끝나고 밖에 나오니, 경회루 비슷한 누각에 큰스님과 여러 스님들, 신도님들이 앉아계시더군요. 저도 그리로 갔는데 큰스님께서 제 이름을 정확히 부르시며 “아까 네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붉은 주장자를 딱 쥐고 들어오더구나.”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큰스님께서 나를 어떻게 아셨지?’ 놀랍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해서 어쩔 줄을 모르다가 깼습니다. 아침 눈 뜰 때부터 저녁에 눈 감을 때까지 감사하고 꿈에서도 가르쳐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권다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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