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이야기’ 공부 - 붓다의 얼굴에 침을 뱉다
본문
『 언젠가 어떤 사람이 붓다를 찾아와서 붓다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물론 붓다의 제자들이 화를 냈다. 가장 가까운 제자인 아난다가 “이것은 너무 심하다.”라고 말하며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붓다에게. “이 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단단히 가르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청했다.
그러나 부처님은 얼굴에 묻은 침을 닦아 내고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내가 아직도 화를 낼 수 있는지 알아 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 사람은 자기 귀를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붓다를 화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찾아 왔었지만 실패한 것이다.
밤새도록 그는 뒤척이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꾸만 기억이 났다. 침착하고 고요한 그 얼굴, 자비로 가득 찬 그 두 눈이 생각났다. 고맙다고 말할 때 그것은 그저 형식적인 것이 아니었다. 아난다가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음을 알 수 있었던 것처럼 붓다는 침착하고 자비로웠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이제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나? 붓다 같은 사람에게 침을 뱉다니.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그는 붓다에게로 달려와 그의 발아래 엎드렸다. “용서해 주십시오. 밤새 한숨도 잘 수 없었습니다.”
갠지즈 강 언덕 나무 아래에 앉아 있던 붓다는 그 사람에게 강을 가리키며 말했다.
“ 보십시오. 순간마다 저렇게 많은 물이 흘러갑니다. 스물 네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강물은 숱하게 많이 흘러갔습니다. 이미 있지 아니한 일을 왜 마음에 가지고 다니십니까. 다 놓아버리십시오.
그리고 나는 화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를 용서해 줄 수도 없습니다. 화가 났다면 그때 벌써 용서해 드렸을 것입니다. 꼭 용서가 필요하다면 아난다에게 구하십시오. 그의 발 앞에 엎드리십시오. 아난다는 그것을 즐거워할 것입니다.”』
★ 느닷없이 누군가가 내 얼굴에 침을 뱉는다면 어떨까요? 화나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요? 겉으로만 침착해 보이는 것 말고, 마음 속 깊숙이 어디에서도 털끝만큼의 불쾌감 정도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 가능할까요? 백 번이면 백 번 모두?
목석도 시체도 아닌 나의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볼 땐, 불가능합니다. 아난다가 그랬듯 지금의 나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나 미래에도 영영 불가능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그러셨듯 나 역시 어떤 모욕에도 털끝만큼의 동요 없이 고요할 날이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할까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어떻게 해야 ‘가능’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내 어리석은 소견을 버리고, 대신 부처님의 지혜로운 견해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내 소견은 어떻습니까? ‘내가 뭘 잘못했다고 네가 내게 이런 모욕을? 가만 두지 않겠어…’ 화내지 않으면 바보고, 시비하는 마음, 미운 마음, 갚아 주고 싶은 마음이 부글부글 할 것입니다. 고맙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우라고 할 것입니다.
지난 긴긴 세월 동안, 강물처럼 흘러가버린 사연들을 흘려 보내지 못하고 마음에 품고 곱씹으며 거듭 입력시켜왔으니, 무리는 아니지요. 어둠의 수렁으로 다시 빠져드는 것도 모른 채, 정신없이 아우성치는 그 심정이야. 그러나 반복되는 어리석음을 멈출 때가 되지 않았나요?
이제 부처님의 견해를 들어봅시다. ‘아직도 내게 화가 남아 있는지 알아보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고맙다고! 당신자신에게야 무슨 알아보고 말 게 있겠습니까. 바로 당신 제자들, 우리들에게 그렇게 하라는 말씀이지요. 이 얼마나 친절하고 지혜로운 가르침입니까.
그런데 왜 감사하다는 것일까요? 내 속에 아직도 제도해야 할 ‘화’라는 중생이 남아 있는지 확인할 기회를 준 셈이니 고맙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우리들의 경우야 남아 있고 말고요. 자기 마음을 늘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지옥 중생들의 아우성치는 소리를 즉각 알아챌 수 있습니다. 때론 아귀 중생들, 때론 아수라 중생들의 절규를. 나를 구해달라고, 나를 해방시켜달라고, 날 정화시켜달라고.
내 안의 중생들을 어떻게 구하고 어떻게 정화해야 할까요? 내 안의 부처님(주인공)께 맡기는 것입니다. ‘주인공, 당신만이 이끌 수 있어. 당신만이 정화할 수 있어. 당신만이 녹이고 녹여 빛으로 빛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어.’ 나의 일은 오직 믿고 맡기는 것이요, ‘찰나찰나 나투는 모든 중생’을 제도하는 것은 부처님 일입니다.
잘하면 잘한 대로, 잘못하면 잘못한 대로, 당하면 당한 대로, 내가 잘했느니 내가 잘못했느니 내가 당했느니 마음에 품는 병. 이름하여, 집착! 자애로운 부처님 음성이 들립니다. 이것 저것 모두 다 갠지즈 강물처럼 흘러갔느니라. 그림자를 붙들고 애쓰지 마라. 다 놓고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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