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이야기’ 공부 - 달마대사와 양무제, 복福을 넘어서
본문
‘『중국의 남북조 시대, 양나라의 무제는 불심이 돈독했다. 그래서 온 나라에 불사를 일으키고 불법의 홍포를 위해 전심전력을 기울였다. 그는 자신이 비록 껍데기는 왕일 망정 속은 승려와 다를 바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을 정도였다.
이 때 서역에서 달마대사가 건너 온다. 양무제는 천축의 유명한 고승이 왔다는 소식에 달마대사를 궁 안으로 모시게 하고는 친히 나아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까지 수 많은 절을 짓고 탑을 세우고,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경전을 편찬해왔소. 나의 공덕이 얼마나 될 것 같소?”
달마대사는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무공덕(無功德)”이 도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양무제는 불쾌하였고, 결국 그 일로 해서 달마대사는 양무제의 미움을 사, 후일 사약을 받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로부터 보름 후, 인도에서 중국으로 돌아오던 사신 송운이 파미르고원에서 신 한 짝을 지고 가는 달마대사를 만났다고 황제에게 전하니, 양무제는 믿기지 않아 대사의 무덤을 파 보았다. 그러나 그의 시체는 없고, 신발 한 짝만 놓여 있었다.』
★ 달마대사와 양무제 사이에 있었던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대사는 황제를 일깨우기 위해 일단 죽어주셨다 하지만, 아무튼 양무제로서는 스승을 죽인 엄청난 악행을 저지른 것이지요. 바로 자신이 한 엄청난 불사보시라는 선행 때문에 말입니다. 오늘의 선행 때문에 내일 악을 행하게 된다면, 그걸 진정한 선이라 할 수 있을까요? 나를 자유케 하는 행이라 할 수 있을까요?
그게 보통 말하는 복의 한계, 선행의 한계입니다. 어떤 선행이냐 하면 나를 내세우고 내가 했다 생각하고 하는 그 행의 한계 말입니다. 엄밀히 말해, 양무제가 그 훌륭한 스승을 죽인 것은 불사보시라는 선행 때문이 아니고, ‘나’에 집착하여 나를 내세운 그 어리석은 마음 때문이란 거지요. 무심의 선행이 아니고, 나를 내세우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잠재된 선행 때문에...
그러니 결국 스승은‘자유’를 주려 하였으나, 제자는‘업’을 선택하고만 거지요. 나로부터 벗어날 무량공덕 대신, 어리석게도 한 줌 복 덩어리에 집착하고만 셈이지요.
사실 양무제까지 들먹일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우리들이 너무나 오래 반복해서 해오던 일인데요. 착한 마음이 생겨 흔쾌히 누굴 도와 주었는데, 알아주지 않는다던가 고마워하지 않으면 당장 섭섭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지요. 배은망덕하게라도 나오면 울컥 화가 치밀고 원망하는 마음, 미운 마음까지 생기지 않습니까. 앞서의 선행으로 인해 악업을 짓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선과 악을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이젠 그만 그 양면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나를 내세워 복을 지어서 즐거워하고, 나를 내세워 악을 저지르고 그걸 받느라 울고 불고 하는 이 통속 놀음을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거지요. 다른 복은 몰라도 스승 복은 확실하게 가지고 태어난 이 생이니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크든 작든 선을 행하되 함이 없이 하라. 나를 내세우지 말고 내가 했다는 상(아상)없이 하라. 나를 세우지 않는 데서 자유인의 삶이 열린다.’대행 큰스님 말씀입니다.
그러나 ‘나’를 내세우고 있는 줄 조차도 모르게 내세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습관이 되어 거의 무의식적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그러니 남 잘못 쳐다보고 간섭하며 정신 뺏기지 말고, 항상 먼저 자기 마음의 흐름을 철저히 지켜보아야 합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대가를 바라는 마음, 섭섭한 마음, 괘씸한 마음, 탓하는 마음 등등이 일어나면, 그건 나를 내세우고 있다는 증거이니 과감히 놓아버리십시오. 가차없이 주인공 용광로에 쓸어 넣으십시오. ‘주인공! 네가 한 거지. 너만이 이 습 또한 다 녹여버릴 수 있지.’하고. 일체와 둘 아닌 자신의 주인공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아니고서는, 철저히 놓아버리는 실천 아니고서는, 자유란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입니다.
나를 내세운 선행으로 복 주머니 하나 차고 나와 또 그렇게 그렇게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나를 놓아버린 무량공덕으로 자유를 구가할 것인가. 내 한 생각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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