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이야기’ 공부 - 다툼은 파멸의 원인
본문
『옛날에 한 메추리 왕이 수천 마리의 메추리를 거느리고 어느 숲 속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사냥꾼이 그 숲에 들어와 메추리 울음소리를 내어, 메추리들이 모여들면 그물을 던져 잡곤 했다. 이것을 본 메추리 왕은 사냥꾼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깊이 생각한 후, 자기 종족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이러다간 우리 종족은 멸망하고 만다. 지금부터 머리 위에 그물을 던지거든 모두 단결하여 그물코를 물고 한꺼번에 날아올라 멀리 던져 버려라.”
다음날 사냥꾼이 그물을 던지자 메추리들은 모두 힘을 합해 똑같이 날아올랐다. 단결된 힘에 의해 그물이 그대로 들려서 하늘로 떠올랐다. 메추리들은 먼 데다 그물을 던져버렸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대로 되풀이하였다.
매일 빈 손으로 돌아오게 된 사냥꾼은 생각했다. ‘화합하면 그물을 들고 날지만, 다투면 내 손에 들어오리라.’
그런데 며칠 뒤, 메추리 한 마리가 먹이를 찾다가 그만 다른 메추리의 머리를 짓밟았다. 머리를 밟힌 메추리는 벌컥 화를 내었다. 실수로 그런 것이니 화내지 말라며 사과했으나 그 메추리는 여전히 화내고 삿대질을 하며 덤볐다. 그들이 되풀이해 싸우다가 나중에는 그물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너는 그물을 들어올릴 때 꾀만 부리지 않았느냐”
“네가 꾀를 부렸지 내가 언제 꾀를 부렸느냐”
그러다가 마침내 그들을 서로 지지하는 편끼리 갈라져 다투게 되었다. 메추리 왕이 타일렀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때 그는 생각했다.
‘다투기를 좋아하는 자에게는 결코 행복이 있을 수 없다. 저들이 서로 다투다가 그물을 들지 못할 때는 큰 멸망을 맞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살 수 없다.’
그리하여 메추리 왕은 자기를 따르는 무리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런데도 메추리들은 계속 서로를 탓하며 다투고 있었다. 사냥꾼은 그물을 던져 싸우고 있는 메추리들을 모조리 잡았다.』
★ 부처님 당시, 극심한 가뭄이 들던 어느 해, 서로 친족 사이인 석가족과 구리족은 물줄기를 자기네 농토 쪽으로 먼저 대려고 다투었습니다. 그러다 물싸움이 두 종족간의 전쟁의 위기로까지 발전했고, 이 소식을 들은 부처님께서 두 임금을 찾아가 화해를 시키며 들려 주셨던 ‘부처님의 전생이야기’ 한 편입니다. 여기서 현명한 메추리 왕은 부처님의 전신(前身)이구요.
사냥꾼이 던진 그물이 재앙일까요? 진화의 측면에서 보면, 단연 아닙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를 궁리케 하는 기회요, 지혜를 발휘할 기회입니다. 그래서 메추리 왕은 위기를 벗어날 방법을 찾아냈고 멋지게 그물을 벗어 던지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명한 지도자 덕에 메추리들은 보도 듣도 못한 훌륭한 체험을 했건만, 그 체험을 자신들의 성장에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소소한 일로 시비하고 다투던 습관을 버리는 기회로 삼지 못한 것이지요. 결국 메추리들은 사냥꾼의 그물이 아니라, 서로 남 탓하며 다투는 자신들 마음의 그물에 걸려든 것입니다. 진짜 재앙은 그들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살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가뭄 ? 홍수 ? 지진 ? 이상기후든, 사회혼란 ? 경제파탄이든, 가정불화 ? 병고든 모두 사냥꾼이 던진 그물과 같습니다. 나와 남을 둘로 보며, 탐 ? 진 ? 치로 중독된 우리 마음이 초래한 부메랑 현상입니다. 우주의 법칙은 어리석은 시절 몰라서 저지른 잘못의 결과를 눈 앞에 고스란히 펼쳐 보이며, 내게 묻고 있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되풀이 할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 무엇보다 먼저 바라보아야 할 곳은 바로 자신의 내면입니다. 내 앞의 현실은 내 마음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탐진치로 중독된 내 마음부터 정화해야 합니다. 이런 내적 변화만이 어려운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현실에만 집착하고 자신을 돌아 보지 않는다면, 잠시 괜찮은 듯하다가도 그 현실은 다시 반복되고 맙니다. 원인제거가 안된 때문이지요. 뛰어난 지도자의 도움으로 일시적인 문제해결은 가능하지만, 그 인연을 통해 자기 내면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한, 문제는 또 발생합니다. 부처님의 가피도 한 두 번이요, 의사의 처방도 한 두 번이지, 매번 문제를 생산해내는 자기의 마음 습관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부처님인들 의사인들 어찌 하겠습니까.
그러면 ‘이 세상의 모든 문제’의 원인인 ‘탐진치로 물든 마음’을 어떻게 정화할 수 있을까요?
어떤 힘이 그것을 가능케 할까요? 천수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한마음의 크신 공덕
적정하게 항상 관하면
이 세상의 모든 재난
침범하지 못하리니 …
이 한 구절의 힘! 이 진리의 말씀을 지성으로 독송하며 받아들이는 마음의 힘! 어떤 상황에 처하든 ‘한마음의 크신 공덕을 적정하게 항상 관(觀)’하는 힘! 그 앞에 불가능이 있을까요? ‘주인공! 너만이 녹일 수 있어. 너만이 이끌 수 있어. 너만이 해결할 수 있어. 너만이 깨닫게 할 수 있어… ‘ 이렇게 내면에 본래 갖추어진 무한한 힘(한마음 주인공)을 철저히 믿고 모든 것을 맡겨 놓는 수행이 바로 ‘마음의 정화’이고 ‘문제의 해결’이라는 것입니다.
부지런히 관하고 관하며 살아갈 때, 우리 앞에 닥친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은 고(苦)가 아니라 자아완성(自我完城)의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내 마음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기회. 내 마음을 다스리고 정화하는 기회. 습관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던 틀에서 벗어나 성숙하는 기회. 반복하던 실패를 만회하는 기회. 누에가 고치에서 벗어나 나비가 되는 기회. 답답하고 좁은 알에서 깨어나 큰 세상을 만나는 기회.
시시때때로 도처에서 만나는 천금만화의 기회들을 통해 마음의 진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 이것이 곧 우리의 삶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 이전글‘ 좋은 이야기’ 공부 - 생쥐 마음 14.02.18
- 다음글‘ 좋은 이야기’ 공부 - 아사세왕의 참회 1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