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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법회 똑! 똑! 똑!

‘ 좋은 이야기’ 공부 - 맛있는 독약

본문

『 부처님 당시, 대부호의 아들이었던 제수 비구라는 제자가 있었다. 부모의 완강한 반대 끝에 출가했던 그는 때가 되면 각 집을 돌며 걸식하고 지냈다. 어느 축제일에 그 어머니는 고생하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며 울고 있었다. 마침, 어느 창녀가 지나가다 그 사연을 듣고 제안했다.  “이 집의 일체 권리를 내게 준다면 아들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귀가 번쩍 뜨인 어머니는 창녀의 제안에 동의하고 많은 비용과 사람을 붙여주었다. 창녀는 수소문 끝에 비구가 걸식하러 다니는 길 옆에 집을 사서 기다리다가, 마침내 어느 날 비구가 오자 그를 경건히 맞아들여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올렸다.
  비구는 ‘자신도 모르게’ 그 음식 맛에 빨려 들어, 때가 되면 이 집을 찾곤 했다. 창녀는 그가 완전히 미각의 노예가 될 때까지 대접을 되풀이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아프다며 비구 뵙기를 청했다. 창녀는 이미 미각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는 그를 유혹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비구는 계행을 깨뜨리고 그녀가 홀로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갔고, 그날 밤 창녀는 쉽게 그를 유혹한 뒤 수도생활을 버리게 했다.
이 사실을 듣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제수 비구는 지금뿐 아니라 전생 영양시절에도 그러했느니라. 옛날 어느 나라 국왕의 동산에 영양 한 마리가 나타나자. 국왕은 동산지기에게 영양을 잡아오라 하였다. 동산지기는 영양이 좋아하는 꿀을 풀잎에 발라놓곤 하여 그를 무서워하지 않게 한 후, 꿀 발린 풀잎을 영양 앞에 뿌리며 궁전 안으로 유인하여 가둬버렸다. 영양은 원래 사람을 발견한 곳에는 이레 동안 가지 않고, 한 번 위협을 느낀 곳에는 일생 동안 가지 않는데, 입맛에 사로잡혀 갇히게 되었으니 욕심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 영양시절로부터 수많은 생을 거친 후 비구가 되었을 터인데, 부처님 제자가 되어서도 여전히 그 잘못을 반복하는 걸 보면 습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입니다.
제수 비구를 파계시킨 것은 창녀도 그 어머니도 아닙니다.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음식 맛에 사로잡혀 있는 줄 모른 채 끌려 다닌 자신 탓입니다.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 근원의 무한 에너지를 활용치 못한 탓입니다.
  음식 맛을 뿌리칠 수 없어 때가 되면 발이 저절로 창녀의 집을 향했다 할지라도, 매 순간 자신의 탐욕을, 그 근원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그렇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인공, 네가 이 음식을 탐하고 있구나. 그러니 너만이 탐하지 않게 할 수 있어’ 하고 진실하고 무겁게 관(觀)하며 그 습을 녹여갔을 것입니다. 또 생각이 나서, 또 가게 된다 할지라도 무슨 문제이겠습니까. 다시 바라보고 다시 놓으면 되는 것을. ‘아하, 아직도 이 습이 남아있구나. 주인공, 진정 너만이 녹일 수 있어’하고. 그 음식이 먹고 싶어 365일을 날마다 창녀 집에 들락거렸다 할지라도, 제수비구가 자기 마음의 흐름과 육신의 행을 잘 지켜보고 놓아 가는 사람이었더라면, 그 되풀이함은 곧 오랜 습을 녹이고 욕망을 다스려가는 수행과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욕망의 일어남은 그 욕망을 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요, 잠재되어 있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경계는 욕망을 청소하는 데 있어 협력자인 것입니다. 경계는 마군이 아니라 수행의 도반이요, 스승인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를 지켜보고 놓지 않는 자의 반복되는 행은 늪 속에서 허우적거림과 같습니다. 반복할수록 습은 더욱 두터워지고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주인공에 놓아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오히려 욕망에 사로잡혀 끌려 다니다 보면 내 마음의 중심은 더욱 약해지고 조금만 건드려도 넘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창녀가 이미 나약해진 제수비구를 유혹하기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입니다.
  제수 비구와 같은 습은 아닐지라도 우리에겐 나름대로의 습이 있습니다. 오랜 습일수록 그 힘이 센 까닭에 그 습이 시키는 행을 반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반복하되 어떻게 반복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반복하면 더욱 습에 휘말리게 될 것이요,  ‘관하면서’ 반복하면 점차 습으로부터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늘 깨어 있어 항상 마음의 흐름을 명철히 지켜보고 있다면, 습이 제아무리 고래심줄 같고 욕망이 태산 같다 할지라도 그것은 녹아 내리고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 마음을 묵묵히 바라본다 함은 습이나 욕망이 일렁이는 그 현상만이 아니고, 그 근원(주인공)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봄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습, 욕망도 둘로 보지 않고 한 근원의 나툼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주인공, 너한테서 나온 것이니 너만이 녹일 수 있어.’ 하고 나온 자리에 다시 되돌려 놓음으로써 습,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무한한 에너지이니 어찌 그 정도를 녹이지 못하고 해결치 못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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