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법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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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불법 인연 최옥희 2005,11, 4
제가 처음 부처님 말씀을 듣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불교설화 (1) 자경문’ 이라는 책을 보면서 였습니다.어린 마음에도 그 설화집이 주는 감동이 벅차서 커서 스님이 되리라 마음 먹었고, 그렇게 다시 2년 뒤 ‘불교설화 (2) 초심’ 을 보게 되면서 저의 불심은 깊어 갔습니다.
제가 스물 세 살이 되던 해, 우연히 들른 범어사에서 저녁 예불을 보게 되었고 스님들의 그 예불을 경청하며 느꼈던 환희심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렸을 때 막연히 부처님을 흠모하던 기억도 떠 오르고… 그건 어떤 축복 같았습니다. 이 후 불교 청년회를 알고 다시 부처님 말씀을 듣게 된 저는 그저 막연히 알던 부처님 말씀을 제대로 볼 수 있어 얼마나 감사했던지… 그 말씀들을 보면서 제게 크나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밖으로 향하던 불만이나 원망을 거둘 수 있게 되었고 스스로 욕심을 적게 하려는 생각을 항상 가지게 되었으며 자신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져서 모든 걸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으며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결코 하나도 우연이 아님을 알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부처님 말씀을 보는 것만큼이나 제게 다가 온 큰 축복 중 하나는 청년회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과 남편보다 멋진 시어머님을 모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우리 어머님께선 진정 나눔을 아시는 분이셨습니다. 재래시장을 가시면 꼭 할머니들께서 조금씩 장만해 오신 나물이나 먹거리를 사셨고, 조금 비싸도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애기 엄마의 계란을 팔아 주셨으며, 자식들도 잘 돌보지 않던 친지분 댁을 한 달에 한번씩 찾아 쌀이랑 반찬을 드리고… 운동권 학생이라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던 여학생에게 여분의 침구며 약간의 양식도 마련해 주셨답니다. 성격도 아주 호탕하셔서 무섭기조차 했지만 정작 남에게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시던 정말 멋진 분이셨어요. 결혼해서 10년 동안 아이가 없던 제게 단 한 번도, 단 한마디도 서운한 말씀 없이… 오히려 누가 제 앞에서 언급할까 주의 주시던 어머님. 어머님께서도 늦게서야 남편 낳은 얘길 해주시며 언제고 낳겠지…라며 외려 절 위로해 주시던 어머님. 그런 어머님께서 절에 가시면 부처님 전에 무릎 꿇으며 간절하게 하셨을 기도를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이런 멋진 어머님을 만난 것도 다 부처님의 가피가 아닐까요.
어느 해 초파일입니다.
저희에게 가르침을 주시던 스님께서 작은 경전을 번역해서 출간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부처님 전에 서원하시기를 ‘이 모든 공덕이 저의 제자들에게 회향 되기를 원하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고 얼마 있어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결혼한 지 9년이 되던 친구였는데, 우리 모두 그 때 얼마나 감격했던지… 그러고 다시 두 달이 지나 10년 동안 아이가 없던 제게도 기쁜 소식이 있었고 새삼 부처님의 위신력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해서 부처님 말씀 배우기를 더욱 더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경전만을 보다 이 곳 시카고에 와서 한마음 선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첨엔 ‘한마음 주인공’ 이란 단어조차 너무 생소해서 쉽게 와 닿지 않았고 대행스님의 말씀도 이해할 수 없어 마음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한동안을 절에 다니면서도 늘 마음이 겉돌았지만 다행히도 선원의 많은 법우님들의 배려와 보살핌으로 그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이 곳의 생활을 보여 주시고, 많은 걸 가르쳐 주셨으며, 이미 여러분들이 겪어 오신 일들을 자세히 일러 주시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모든 게 낯설던 이 곳에서 한마음선원 여러분들의 다정하고 세심한 배려는 제가 이국 생활을 견디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여러분들께서 보여 주신 이타행은 이 곳 한마음 선원의 가족이 될 수 있게 이끄는 힘이 되었습니다.
전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신행담 시간이 되면 왠지 쑥스러워 숨어 버리고 대행스님께서 주시는 귀한 말씀도 온전히 실천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제가 여태껏 부처님의 가피라 믿고 감사하던 그 모든 일들이 다 우리 한마음 주인공이 이루어내는 것임을 지금은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직 모든 걸 주인공에게 맡기고 한마음으로 관하는 것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걸음 한 걸음 배우겠습니다.
우리 시카고 한마음 선원의 혜지 스님의 가르치심 아래 여러 보살님, 법우님들과 함께 열심히 마음공부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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