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잡혀 있는 나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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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혀 있는 나를 보다’ 민 영경 2010. 1. 24
스님, 안녕하세요?
저는 직장과 논문, 그리고 새로운 과목 강의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사과정은 정말 산 넘고, 또 산 넘고, 또 산을 넘어야 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2009년은 단 하루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보낸 한 해였습니다. 2010년에 졸업을 하는데, 그 전에
직장을 잡아야 한다는 신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이 힘든 과정을 지나면서, 저 자신에 대해서
참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불교라는 종교에 대해서도 중요한 것을 많이 깨달았습니다.
한-마-음-주-인-공. 얼마나 낯선 단어였는지 모릅니다. 소설 속 주인공이라는 이미지가 늘 먼저 떠오르면서, 참 이상한 표현을 큰스님께서 만드셨구나 라고 생각하곤 했어요.
지난 여름방학부터 바빠도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은 관 觀하는 시간을 가지고, 한마음 저널을 읽으면서.
그 낯설게 느껴졌던 한마음 주인공이라는 의미를 이제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내 안에 수십 억 중생(과거생의 업, 이번 생의 업) 의식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내 안의 부처를 일깨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그 많은 의식들을 껴안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동안 저를 여기까지 끌고 온 나 자신, 나의 근본 뿌리를 믿지 않고 내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헤매고있었던 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관하면서 조금씩 소중한 것들을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저의 말실수에 대해서 관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저는 긴장을 하면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도 더듬고, 발표를 할 때도 제가 잘 알고 있는 부분인데도 아무런 이유 없이 더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마음 저널을 읽으면서, ‘나’라는 아상이 있어서 ‘나’를 내세우고, ‘나’를 드러내려고 하는 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긴장할 이유가 없는데 괜히 긴장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옴마니반메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진언을 되새기면서, 한-마-음-주-인-공 여섯 글자를 생각해봅니다.
이 우주의 기운과 합치하여 조화있게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간다는 것이 불교의 핵심인데.
마음공부를 시작하면서, 그 순리대로 돌아가는 자리가 아닌, 뭔가에 사로잡혀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나는 꼭 그 일을 해내야 한다, 그 직장을 잡아야 한다. 발표를 잘 해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 글을 써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긴장을 한다는 것은, 순리대로 돌아가는 그 자리에 놓지 못한다는 것이고, ‘내’가 한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말 더듬 습관을 관하면서, 제가 가슴속으로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보려고 합니다. 제 안에 막혀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좀 더 알아보려 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관법공부로 확실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박사공부, 세상 공부보다는 이 마음공부가 훨씬 더 소중하다는 사실입니다.
또 안부 전하겠습니다. 스님, 참 고맙습니다.
샴페인에서 민 영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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