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의지하며 더듬더듬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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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 의지하며 더듬더듬 걸어갑니다 노민자 2009. 6. 14
야외 법회 때 소경놀이를 하면서 눈을 감은 채 앞·뒷사람의 손을 잡고 목탁 소리를 따라 걸어가는데, 어느 곳은 평평했고 어느 곳은 잔디밭이 울퉁불퉁 했고 또 어느 한 곳은 땅이 푹 파여 있었다. 고르지 않은 잔디밭을 조심스레 한 발자국씩 더듬으면서 걸어가는 나 자신을 보니, 미래에 다가올 삶 역시 한 치 앞도 알지 못하고 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 부처님의 가르침, 큰스님의 가르침을 게을리 하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리라 다시금 자신을 일깨운 좋은 시간이었다.
모든 것을 주인공에 맡겨야지 딴 도리는 없다는 생각이다. 몸이 피곤하다 보니 짜증이 날려 했으나, 안으로 굴리면서 주인공 주인공 주인공 하고 몇 번을 마음속으로 부르니 짜증나려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큰스님 법문’을 읽어내려 가노라니 눈물부터 흐른다. 샤워를 하면서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더 흘릴 눈물도 없는지 얼마 만에 울음이 그쳤다. 법당이 아니라서 소리 내어 마음껏 울고 나니 시원하다. 나도 모르게 흐느껴지는 이 마음!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란 구절을 자꾸 마음속에 담아본다. 불법을 만나게 돼서 정말 감사하다.
마음이 어수선하다. 아니 슬프다. 오랜 세월 미국에서 알고 지낸 분이 돌아가셨다. 3주 동안 아프다가 가셨으니 몇 달 몇 년을 고생하다가 가신 분에 비하면 복 많이 받으신 분 같다. 그러나 그분 아들들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으로 슬퍼하며, 진단과 치료를 잘못 했다고 의사들을 원망하고 있다. ‘나’부터 알아서 ‘나’를 이끌어 가는 걸 알아야 남도 이끌 수 있다는 ‘상구보리 하화중생’ 법문을 읽고 또 읽었다. 그 분은 그냥 가버리신 게 아니고 몸을 바꾸려는 게 아닐까? 아프지 않고 편안히 가고 싶다는 발원, 나의 욕심일까? 이것도 내려놓아야 되겠지.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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