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이야기’ 공부 - 뿌리를 내리는 시간 > 일요법회 똑! 똑! 똑!

『중국 어느 마을에 새로 이사 온 장사꾼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었다. 그 지방 농부들이 대나무를 키우는 방법이었다. 농부들이 심은 대나무는 다른 곳과 달리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농부들에게 싹도 나지 않는 대나무를 왜 심었는지 물었지만 그들은 빙긋이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두 해가 지나도 죽순은 돋지 않았다. 그 다음 해도 마찬가지였다. 장사꾼은 그것을 보면서 농부들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대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없는 땅이거나 아니면 대나무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4년이 되었지만 대나무는 여전히 순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농부들은 대나무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들이 할 일을 해 나갈 뿐이었다.
 그런데 5년째가 되자 대나무 밭에서 갑자기 죽순이 돋기 시작했다. 그것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자 대나무는 무려 15미터 이상 자라서 빽빽한 숲을 이루었다. 농부들은 그제야 대나무를 베어 냈다.
 장사꾼은 믿을 수 없는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궁금해서 묻자 비로소 한 노인이 대답했다.
 “모소라는 이름을 가진 이 대나무는 순을 내기 전에 먼저 뿌리가 땅속에서 멀리까지 자란다네. 그리고 일단 순이 돋으면 길게 뻗은 그 뿌리로부터 엄청난 양분을 얻게 되어 순식간에 키가 자라는 것일세. 5년이라는 시간은 말하자면 뿌리를 내리는 준비 기간인 셈이지.”』

★ 대나무의 대기만성(大器晩成) ! 정말 놀랍습니다. 누가 뭐라 하든 오직 뿌리부터 깊게 내리는 데 전념하는 모소 대나무의 근성. 그리고 그것을 결코 조급해 하지 않으며 믿고 기다릴 줄 아는 농부들의 느긋함. 이러한 인？연(因？緣)이 있어야, 이러한 충분한 원인과 조건 속에서 비로소 대기는 만성하나 봅니다. 저절로 고개가 수그려집니다
   완연한 봄입니다. 대지에 뿌리 내린 생명들은 저마다 각양각색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죽은 듯 하던 고목은 연록의 속살을 드러내고, 가녀린 튤립은 미시간호 위로 떠오르는 이른 아침 태양만큼 붉게 웃고 있습니다. 불청객 민들레도 잔디풀 사이사이로 조심스럽게 노오란 얼굴을 디밀고 있습니다. 엊그제 내린 비로 숲 속에서는 산삼이 그 내공을 기르고, 독초 역시 기운을 차리고 있을 것입니다. 어느 생명은 모소 대나무처럼 뿌리 내리느라, 봄의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대지 위에 아직 출연하지 않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독사가 물을 마시면 독을 만들고, 소가 물을 마시면 젖을 만든다’(蛇飮水 成毒, 牛飮水 成乳)는 말씀 그대로입니다. 한 대지에 의지하여, 한 태양에너지를 받고 한 하늘의 비를 마시며 살아가는데 어찌 이리도 천태만상인지 참 신기한 일입니다.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여느 생명과 똑같이 이 대지 위에 서있는 나는 무슨 싹을 키우고 무슨 꽃을 피우게 될까요? 나는 ‘독’을 만들고 있나요? ‘우유’를 만들고 있나요?  
오늘 아침 마신 물 한 잔, 밥 한 술, 사과 한 조각. 그 속에 깃든 태양, 물, 바람, 땅 등 온 우주의 에너지가 내 속에 들어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요? 탐？진？치 독초를 키우고 있나요? 번뇌망상 잡초를 키우고 있나요? 아니면 삼독(三毒)을 녹이고 보리(菩提)의 싹을 키우고 있나요?
화 한번 벌컥 낼 때 그 귀한 에너지는 독이 되고 맙니다. 남의 흉보는 재미에 빠져있는 동안, 근심걱정으로 한숨 내쉬는 동안 그 에너지는 어느새 독으로 변하여 온 몸에 퍼집니다. 그러나 화나는 순간, 한숨 나오려는 순간, 흉보고 싶어 입이 간지러운 그 순간, 한 생각 돌려 다스려 놓을 수 있다면? 그 중생적인 습성을 주인공 용광로에 쓸어 넣어버릴 수 있다면? 운명의 물줄기가 그 방향을 바꾸게 되지요. 업(業)의 바람에 이리 저리 휩쓸리는 중생에서 벗어나, 밥값 하는 당당한 수행자로!
내 마음의 대지에 오랫동안 뿌리 내려온 중생적인 습성들. 봄비 축내며 계속 자라나도록 그대로 내버려 둘 건가요? 습관은 운명입니다. 습관을 바꾸려면 그만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절에 오고, 법문 듣고, 경을 읽고, 절을 하고, 좌선을 하며…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보리심을, 부처 마음을 자꾸자꾸 일깨워야 합니다. 일상생활 중 닥치는 대로 주인공에 놓고 또 놓으며 생각을 바꾸고 말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하는 모든 수행을 통해, 중생심을 녹인 자리에 보리심의 뿌리를 깊이 뻗어나게 해야 합니다.
 어느 진정한 봄 날 ! 우후죽순처럼 여기 저기서 보리심이 싹트고 꽃 피어 세상을 아름답게 장엄하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