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이야기’ 공부 - 거지와 황금
본문
『30년 동안 길가에 앉아 구걸을 해 온 거지가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한 푼 줍쇼’ 라는 말을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거지가 내밀고 있는 낡은 야구 모자에는 가끔씩 동전이 떨어졌습니다.
한 행인이 지나가다가 거지에게 말했습니다.
“난 가진 게 없으니 적선도 할 수가 없구려. 그런데 당신이 걸터앉은 건 뭐요?”
“이거요? 그냥 낡은 상자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난 항상 이 위에 앉아 있었지요.”
행인이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한번이라도 그 상자 안을 들여다 본 적이 있소?”
“그건 봐서 뭘 하게요? 보나 마나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안을 한 번 들여다보세요.” 행인이 다그쳤습니다.
거지는 마지못해 상자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그 상자 안에는 놀랍게도 황금이 가득 차 있는 것이었습니다. 』
★ 황금상자 위에 앉아서 빌어먹고 있다니! 구차하게 손 내밀고, 동정받고 천대받고…… 동전 한 푼은커녕 쪽박마저 깨는 사람 만나면 서글프고 화나고 원망스럽고…… 힘들게 살건만 배고픔은 여전하고 어느새 거지 노릇에 익숙해져 천직이 되어버렸으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진즉, 황금상자를 열어 보았더라면, 그 쌩 고생 안 했을 텐데. 비굴하지도 남의 것 탐하지도 않았을 텐데. 안 준다고 섭섭해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았을 텐데. 궁상 털어버리고, 오히려 넉넉히 베풀면서 여유롭고 당당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세상에 이 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을까요? 그러나 얼마나 다행입니까! 혜안의 행인을 만나 거지 팔자 면하게 되었으니. 아니, 본래 부자였음을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혹시, 나도 거지와 같은 실수를 하고 있진 않을까요? 아니 그 이상의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도대체 내가 뭘 그리 대단한 잘못을 하고 있느냐 구요? 있습니다!
내 안에 무한 보배창고(우주 에너지, 불성, 주인공)가 본래부터 있다는 사실을 모른 잘못. 부처님, 큰스님 같은 훌륭한 행인들이 넌 거지(중생)가 아니고 본래 부자(부처)라고, 네 안의 보물창고를 열어보라고 간절히 목 터져라 일러 주시건만 믿지 못하는 큰 잘못!
자기 내면의 무한한 능력(주인공)을 정말 믿는다면, 탐욕이 생길까요? 완전히 다 갖추어 가지고 있는데, 왜 욕심부리고 별것도 아닌 일로 성내고 걱정하고 좌절하고 그러다 정신 없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겠어요. 왜 짓고 받고 또 짓고 또 받느라 고생 고생하며 육도를 윤회하는 중생 팔자에 마냥 머물러 있겠어요. 자기가 부처임을 모르는 무지 때문에 온갖 잘못이 일파만파로 벌어지는 것이지요. 그러니 어찌 이 무지를 가장 큰 잘못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거지는 두 손으로 황금상자를 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내 안의 보물창고는 어떻게 열 수 있을까요? 열쇠요? 어떤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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