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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이야기’ 공부 - 모기 잡으려다 아버지를 죽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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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상인으로 지내시던 전생 어느 날, 목수들이 사는 마을을 지나가다 다음과 같은 광경을 보셨다. 한 늙은 목수가 나무를 베고 있는데, 모기 한 마리가 목수의 뒷머리에 앉아 칼로 베는 듯 침을 찔렀다. 목수는 그 곁에 앉아 있던 아들을 불렀다. “얘야, 모기가 무는구나. 모기를 좀 쫓아다오.”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님, 기다리십시오. 제가 곧 모기를 잡겠습니다.” 아들은 모기를 잡겠다고 큰 도끼를 들고 와서 아버지의 뒤통수를 힘껏 내리쳤다.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상인(부처님 전생)이 이것을 보고 말했다. “비록 적이라도 현명한 적이 낫다. 그는 형벌이 두려워 사람을 죽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동지라도 지혜가 없으면 지혜로운 적보다 못하다. 이 미련한 바보 아들은 모기를 잡으려다 아버지를 죽였다.”』「자타카」

 ★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둘 다 어리석음의 극치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긴 하지만, 이 어처구니 없는 어리석음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집착하면 집착하는 그 것만 보이고,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지혜의 눈이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얄미운 빈대나 모기 잡는 것만 생각했지, 아버지 머리통이 깨지고 초가삼간 날아갈 것은 상상도 못한 것이지요.
   이야기 속에 나오는 몇몇 안 되는 바보 천치들이나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할 것 같지요? 천만에요. 집착으로 인한 어리석음 때문에, 자신을 또는 가족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일이 오히려 해치게 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엔 비일비재 합니다.
   잘 차려 입고 길 가에 서있는데, 차 한 대가 쌩 지나가면서 느닷없이 구정물을 내게 뒤집어 씌운다면, 그때 기분이 어떨까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보통 사람이라면, 먼저 이미 지나가버린 차를 향해 한마디 해댈 것입니다. 그리곤 엉망이 돼버린 옷을 보며 화나고 속상하고 걱정되고...... 한마디로, 겉 뿐만 아니라 속까지 엉망진창이 될 것입니다.
  지나가는 차는 단지 내 옷을 망쳤을 뿐인데, 나는 욕하고 화내며 그 보이지 않는 구정물로 내 마음까지 왕창 더럽히고 있는 것입니다. 모기는 민생고 해결하느라 아버지를 좀 귀찮게 하며 기껏해야 피 몇 방울 빨아 먹었을 뿐인데, 어리석은 아들은 아버지를 아예 박살 내버렸듯이 말입니다. 갈아 입으면 그만일 옷에 집착하여 소중한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더럽히고 괴롭힌다면, 모기에 집착하여 아버지를 죽인 아들이나 빈대에 집착하여 초가삼간 태운 자와 다를 바가 있을까요?
자신을 끔찍이도 아끼는 사람이 어찌 천지 분간 못하고 자신을 이렇게 해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자기가 지금 자신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 자기 마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한, 그걸 고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행자들은 항상 자기 마음을 잘 지켜봄으로써 스스로를 다스려가는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구정물 세례를 받는 순간, 지나가버린 차가 아니라 버려진 옷이 아니라 쏜살같이 내 마음을 먼저 바라보아야 합니다. 내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욕하며 탓하고 있나. 길길이 화를 내고 있나. 속상해 어쩔 줄 모르고 있나. 아니면 그런대로 담담한가. 묵묵히 지켜 보노라면, 여유가 좀 생기고 앞뒤가 제대로 보일 것입니다.
  ‘아하, 날 화나게 한 건 저 사람이 아니구나. 내 안엔 언제든지 탓하고 화낼 수 있는 찌꺼기(업)가 있는데, 단지 저 사람이 그걸 건드렸을 뿐이구나. 작은 돌멩이 하나만 던져져도 내 마음 속에선 이렇게 구정물이 파도치는구나.’ 이렇게 생각이 미친다면, 누가 날아온 돌멩이를 탓하는 어리석음을 계속 범하고 있겠습니까.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겠지요. ‘내 마음 속 찌꺼기를 알아챌 수 있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주인공! 이 어리석음의 습(習)을 녹이고 녹여서 빛으로 빛으로 화(化)하게 하소서.’하고 진실하게 놓아버리는 순간,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와 편안함을 맛 볼 것입니다.
  살다 보면 어찌 구정물 뒤집어 쓰는 정도의 사소한 일만 있겠습니까. 때론 하늘 무너지는 일도 생길 수 있는 게 인생입니다. 그러니 일상 생활 속에서 닥치는 대로 ‘지켜보고 놓는’ 수행을 통해, 자신을 다스리는 힘을 키워 갑시다. 자신을 잘 다스려 놓음으로써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힘이 바로 지혜이며, 지혜로운 자의 행이 다름 아닌 자비입니다. 지혜로운 자의 눈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보이는 까닭에 나와 남을 함께 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리석다 보면, 본의 아니게 무자비한 행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혹 어리석음 때문에 스스로를 해치고 있는지 잘 살펴 봅시다. 집착하는 나의 어리석음 때문에, 사랑하는 자식을 망가뜨리고 있진 않는지, 이웃에 피해를 주고 있진 않는지?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지켜보고 또 지켜보고 정화하며 기축년 새해,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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