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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이야기’ 공부 - 소경의 등불

본문

『어느 장님이 밤에 마을 갔다가 돌아오려고 하는데, 그 집 주인이 그에게 등불을 들려 주었다. 그러자 장님은 등을 물리치며 버럭 화를 냈다.
 “세상 사람들이 조롱한다고 당신까지 나를 조롱하오? 소경이 등불을 가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러자 주인이 대꾸했다.
 “당신은 장님이니까 소용이 없을지 몰라도,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은 그 등불을 보고 피할 수 있을 게 아니오?”
 장님은 과연 그렇다고 생각하여 등불을 받아 들고 주인의 배려에 감사하며 어두운 길을 더듬어 갔다. 등 덕분에 한참 동안 잘 간다 싶었는데, 갑자기 웬 사람과 그만 부딪치고 말았다. 장님은 노발대발하며 호통을 쳤다. 그 사람도 기가 막힌다는 듯 화를 냈다.
 “어두운 밤이라 잘 보이질 않으니 서로 부딪치기가 십상이 아니오?”
 그러자 장님이 말했다.
 “아니, 당신은 눈 뜨고도 등불이 보이지 않소?”
 “불은 무슨 불이오, 꺼진 등이 보이지도 않소?”
 그 사람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했다. 그제서야 장님은 자기가 한 가지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화 낼 일도 아니건만 버럭 화를 내는 것은 장님 소견 때문입니다. 장님 입장에서 장님으로서의 경험을 통해서 밖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눈 먼 장님으로 살아야 한다면 어떨까요? 별 것 아닌 것에 부딪쳐 넘어지고, 다치기도 할 것입니다. 눈 뜬 사람에겐 별 것 아니지만, 눈 먼 자에겐 태산준령 격의 일들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장님이 되어 본 적 없지만, 육신의 눈이 멀어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하는 괴로움은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눈이 어두운 채 사는 것은 어떨까요? 미생물로부터 지금까지 세세생생 눈 감고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도 오래여서 일까요. 우리는 눈 감고 어둠 속에서 사는 데 아주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내가 마음의 눈이 먼 장님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눈이 먼 까닭에 모든 문제와 괴로움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보시기에, 우리는 모두 눈 먼 장님입니다. 마음의 눈이 닫힌 까닭에, 내가 사는 세상이 그대로 고해(苦海)인 중생 말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고(苦)가 눈 먼 어둠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 고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명하게도 눈을 뜨는 일입니다. 어떻게 해야 눈을 뜰 수 있을까요?
부처님께서 우리 손에 들려주신 등불,「신묘장구대다라니」에 나오는 구절을 기억하는지요.

눈이 눈이 우주에 가득 차
두루 밝아 밝아 또 밝아
모든 중생
한자리 한자리, 한마음 한마음, 한 몸 한 몸
만물이 함께 고(苦)에서 벗어나 벗어나
자유인이 되게 하옵소서.

눈을 떠서 우주를 밝게 보면, 모든 중생이 하나임을 알고 비로소 고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된다는 말씀이지요. 그런데 내가 모든 생명과 더불어 한자리, 한마음, 한 몸임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어둠)이 ‘나’를 고에 머물게 합니다.
하나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눈을 뜨는 일입니다. 참 나(주인공)는 모든 생명과 한자리 한마음 한 몸을 이루고 있음을 믿는 것. 즉, 주인공을 믿는 것. 그것이 바로 눈을 뜨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중생계의 어둠 속에서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수행입니다.
내가 넘어진 것은 장애물 때문이 아닙니다. 내 눈이 어두운 탓입니다. 내가 너를 해치는 것은 눈이 멀어 너와 내가 하나인 줄 모른 때문입니다. 네 흉을 보는 것도 그것이 바로 내 흉이 된다는 것을 망각한 때문입니다.
화날 때, 잠시 자신을 바라봅니다. 왜 화가 나는가? 아, 내가 눈 먼 탓이로구나. 눈 뜨고 깨어나면 아무것도 아닐 일을, 눈감고 어둠 속에서 허깨비 붙들고 씨름하고 있구나. 주인공, 너만이 벗어나게 할 수 있어. 기분 나쁠 때, 우울할 때, 억울할 때 자신을 잠시 바라봅니다. 그 무엇, 그 누구의 탓이 아니고 내 마음의 어둠 때문이구나.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불편함, 부자유함, 괴로움, 어려움… 모두 다 내 눈이 먼 탓이구나. 주인공! 진정 너만이 이끌 수 있어.
이렇게 ‘한마음 주인공’(너와 내가 하나인 도리)을 믿고 일체를 맡겨놓는 관(觀)! 이것이 바로 눈을 뜨는 일입니다. 나를 바로 보고, 너를 바로 보고, 세상을 바로 보는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나를 바로 이끌고, 너를 바로 이끌고, 세상을 바로 이끄는 길입니다. ‘만물이 함께 고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기’를 발원하는 ‘큰 뜻을 이루는’ 실천 행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만난 지금! ‘장님 소견’은 과감히 버립시다. 어두운 중생 소견에 갇혀, 별 것 아닌 일에 연연하고 화 내고 걱정하고 남 탓하고 흉보는 내 모습은 너무도 초라합니다. 한 철의 번거로움을 내려놓고 묵연히 대지로 돌아가는 낙엽. 푸른 하늘 길을 걸림 없이 흘러가는 구름. 그 훌륭한 선지식들 옆에 서서, 내 모습을 한번 바라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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