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이야기’ 공부 - 천국과 지옥은 그대 맘에
본문
『선정에 들어 있는 어느 스님에게 그 나라 황제가 찾아와 비장하게 물었다.
“스님께 한 가지 질문이 있어 왔소. 천국과 지옥이 정말 있는 것이오? 나는 이제 늙어 죽음이 가까이 왔소.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온 관심사가 어디로 갈 것인가 그것뿐이오. 이제 내가 죽으면 가는 그곳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꼭 알고 싶소이다.”
황제의 말에 스님은 껄걸 웃으면서 대답했다.
“허허, 황제가 이렇게 어리석은 인물인지 정말 몰랐소.”
황제는 스님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어 순간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
“생사여탈을 쥐고 있는 왕에게 이렇게 무례를 범하다니.”
그리고 그 칼로 스님의 목을 내리치려는 순간, 스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그대 앞에 지옥문이 열려 있소.”
깜짝 놀란 황제는 자신의 행동을 멈추고 칼을 거두었다. 그리고 무례함을 저지른 것을 스님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다. 이때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이제 천국에 들어왔소. 분노와 폭력을 담은 그 마음이 곧 지옥이오. 이해와 자비와 침묵으로 대하는 그 마음이 곧 천국의 문이오. 천국과 지옥은 다 그대 마음속에 있소. 나는 지금 그대에게 그 둘 다를 경험하게 한 것이오.”』
★ 그 스승에 그 제자입니다. 칼 같은 선(禪)적 가르침에 분노의 칼을 즉각 놓을 줄 아는 배움의 장면이 마치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광경을 실제로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천국과 지옥을 이보다 더 명료하고 신속하고 실감나게 설명하고 경험케 할 수 있을까요? 천국과 지옥은 죽어서 가는 먼 딴 세상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서’ 내 마음이 만들어 내는 세계임을 말입니다.
사실, 세상 살며 누군들 경험하지 않았을까요. 지옥 같은 마음, 천국 같은 마음을. 그러나 그 반복되는 일상의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이 무엇인가요? 때론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더 지옥-천국행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내가 얻은 가르침은?
아, 일체 모든 것은 내 마음이 만들어 내고 있구나, 마음 한 점의 조화로구나. 이런 자각이 보다 투철해져 간다면, 반복 경험을 통해 나는 한 꺼풀 한 꺼풀 어둠을 걷어 내며 내재한 본래의 밝음을 보다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되풀이 할 뿐 배운 게 없다면, 오히려 더욱 짙은 어둠을 뒤집어 쓴 채 타성의 싸이클에 더욱 휘감길지도 모릅니다.
마음! 단칸 방이라서 지옥이 아니고 궁궐이라서 천국이 아닌, 마음이 만들고 마음이 지우는 천국과 지옥. 일이 잘 풀리고 인정받아서 천국이 아니고 고난의 연속이라서 지옥이 아닌, 생각으로 세우고 생각으로 허물 수 있는 천국과 지옥. 대행 큰스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한 생각에 지옥을 만들고
한 생각에 극락을 이룬다.
그 한 생각을 잘 다스려라.
모욕을 받으면 누구나 화가 날 수 있습니다. 또한 누구나 그 화를 다스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 내는 실력이 사람마다 다르듯, 화 다스리는 실력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화를 자주 내다 보면 화내는 실력이 늘 것이요, 화 다스리는 수행을 계속하다 보면 화 다스리는 실력이 점차 늘어갈 것입니다. 어떤 것이든, 오랫동안 반복하다 보면 힘들지 않고 자연스럽고 쉽게 할 수 있는 거지요.
둘 중, 어떤 능력을 기르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요? 참으로 우문(愚問)입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시시때때로 던질 필요가 있는 우문입니다. 화 내는 연습을 할 것인가? 화 다스리는 연습을 할 것인가? 지옥을 만들 것인가? 극락을 이룰 것인가?
스님은 정신 없이 분노의 칼을 빼든 황제에게 스스로 그 지옥 같은 마음을 보게 합니다. 정신 차리도록 일깨워 주십니다. 그러자 황제는 즉각 그 분노를 다스리고 참회합니다.
그렇습니다, 나도 모르게 불쑥 제 맘대로 나와서 나를 지배해버리는 습관. 그 습관의 노예가 되어 질질 끌려 다니고 싶지 않다면, 부처님 가르침을 나침반 삼아, 내 마음의 흐름을 잘 지켜보아야 합니다. 내 마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늘 지켜 볼 때, 나는 비로소 그 습관을 다스릴 수 있는 고삐를 쥐게 됩니다.
내 마음 다스리는 연습! 이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공부가 아닐까요? 내 마음 다스리는 능력! 행복한 삶을 위해, 내가 쌓아야 할 가장 중요한 실력이 아닐까요? 나와 남을 위해, 이 세상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가장 아름답게 빛내 줄 그런 공부, 그런 능력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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